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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막히고 사우디 우회로도 흔들…중동전쟁이 세계경제의 목줄을 조인다

해상 요충지와 핵심 송유관이 동시에 위협받으며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중동의 군사 충돌이 세계 에너지 공급망을 직접 압박하는 단계로 번지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운항 방안을 논의하려던 이란과 걸프 국가들의 회의는 합의 부족으로 연기됐고,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횡단 송유관은 드론 공격 뒤 가동이 중단됐다.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 공격과 걸프 해역 선박 피격까지 겹치면서 국제유가는 하루 새 3% 넘게 뛰었다.

2026-09-15 10:25 조현진 기자
자료사진: Reuters X

중동의 군사 충돌이 세계 에너지 공급망을 직접 압박하는 단계로 번지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운항 방안을 논의하려던 이란과 걸프 국가들의 회의는 합의 부족으로 연기됐고,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횡단 송유관은 드론 공격 뒤 가동이 중단됐다.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 공격과 걸프 해역 선박 피격까지 겹치면서 국제유가는 하루 새 3% 넘게 뛰었다.

이번 사태에서 살펴볼 대목은 위험이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호르무즈해협은 전쟁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던 길목이다. 사우디는 이 항로를 피하기 위해 1,200㎞ 길이의 동서 송유관과 홍해 수출항을 활용해 왔지만, 이제 그 우회로마저 공격에 노출됐다.

시장도 군사적 발표보다 실제 수송 가능성을 더 엄격하게 보고 있다. 미국은 최근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하루 평균 1,000만 배럴이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선박 추적 자료에서는 주말 통항 선박이 하루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전쟁 전에는 하루 100척이 넘는 선박이 약 2,000만 배럴의 석유를 운반했다.

핵심은 ‘해협을 통제하고 있다’는 선언과 상업 선박이 실제로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다는 신뢰가 서로 다른 문제라는 데 있다. 선박 피격 위험과 높은 전쟁보험료가 계속되면 군의 호위 능력이 존재하더라도 해운사와 보험사는 운항을 줄이거나 더 비싼 조건을 요구하게 된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107달러를 넘어선 것은 시장이 이 간극을 공급 불안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신호다.

충격을 흡수해 온 재고 여력도 약해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8월 세계 석유 생산이 전달보다 하루 160만 배럴 감소했고, 2월 이후 확인된 세계 석유 재고는 총 5억700만 배럴 줄었다고 집계했다. 걸프 국가들의 8월 석유 수출은 전쟁 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특히 경유와 항공유 같은 정제제품 공급의 긴장이 커지고 있다.

이 위기는 아시아에 더 민감하게 전달될 수 있다. 2025년 호르무즈해협을 지난 석유와 석유제품의 약 80%가 아시아로 향했고,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의 액화천연가스 수출 대부분도 이 해협에 의존했다. 원유 가격뿐 아니라 발전 연료, 항공·해운 비용, 석유화학 원료 가격까지 동시에 압박받을 수 있는 구조다.

외교적 출구는 아직 좁다. 오만이 중재한 지역 회의는 새 일정도 정하지 못한 채 연기됐고, 이란은 미국이 자국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전에는 호르무즈해협을 전면 재개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협상이 지연되는 동안 사우디의 우회 수송 능력까지 약화되면 시장은 단기 충격이 아니라 장기 공급 부족을 가격에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금의 국제적 쟁점은 유가가 며칠 더 오를지에만 있지 않다. 호르무즈해협, 바브엘만데브해협, 사우디 동서 송유관으로 이어지던 세 겹의 안전망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군사 충돌이 계속될수록 에너지 위기는 물가와 운송비, 제조원가를 통해 전쟁 지역 밖의 가계와 기업에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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